레시피를 다시 만들 수 있게 기록하는 법
최종 갱신: 2026년 7월 23일 · 읽는 데 약 6분
어제 만든 찌개가 유난히 맛있었는데 다음 주에 똑같이 하려니 안 됩니다. 원인은 대개 "적당히"로 적어둔 계량입니다. 레시피 기록의 목적은 수집이 아니라 재현입니다. 재현되게 적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01 "적당히"를 없애는 계량 기준
집집마다 숟가락 크기가 다릅니다. "한 숟갈"은 사실 아무 정보가 아닙니다. 본인만의 기준을 한 번 정해 두고 계속 그 기준으로 적으면, 몇 달 뒤의 나도 같은 맛을 냅니다.
| 표기 | 기준 |
|---|---|
| 1큰술 (T) | 15mL — 계량스푼 큰 쪽 |
| 1작은술 (t) | 5mL — 계량스푼 작은 쪽 |
| 1컵 | 200mL — 종이컵 기준이 아니라 계량컵 |
| 종이컵 1개 | 약 180mL — 쓸 거면 이렇게 명시 |
| 밥숟갈 1개 | 약 10~12mL — 큰술보다 적습니다 |
가장 확실한 것은 저울입니다. 특히 제빵과 면 반죽은 부피가 아니라 무게로 적어야 재현됩니다. 고기 굽기나 수비드처럼 온도가 중요한 요리는 온도와 시간을 함께 적으세요.
양념은 비율로 적으면 확장이 쉽습니다
"간장 3 : 설탕 1 : 맛술 1" 처럼 비율로 적어두면 2인분이든 6인분이든 그대로 늘리면 됩니다. 분량으로만 적으면 인원이 바뀔 때마다 다시 계산해야 하고, 계산 실수로 맛이 틀어집니다.
02 레시피 한 건에 담을 항목
- 기준 인분 — 이 분량이 몇 인분인지. 이게 없으면 나머지 숫자가 의미를 잃습니다.
- 재료와 정확한 양 — 위 기준으로 통일해서.
- 순서 — 넣는 순서가 맛을 바꾸는 요리가 많습니다. 특히 볶음과 조림.
- 불 세기와 시간 — "중불 7분"처럼. "끓을 때까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 완성 사진 — 색과 농도를 눈으로 비교할 기준이 됩니다.
- 다음에 고칠 점 — 가장 중요한 항목입니다. 아래에서 따로 설명합니다.
03 실패를 기록해야 실력이 는다
잘된 레시피만 모으면 요리책이 되고, 실패까지 적으면 실력이 됩니다. 먹고 나서 30초만 투자해 한 줄 평을 남기세요.
- "간장 3큰술은 짰다 → 다음엔 2.5"
- "물 400mL 는 묽었다 → 300 으로"
- "양파 나중에 넣으니 아삭해서 좋았다"
- "센 불로 끝까지 갔더니 탔다 → 절반부터 중약불"
이렇게 두세 번 고치고 나면 그 레시피는 남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 됩니다. 인터넷 레시피를 그대로 저장만 해두면 영원히 남의 레시피로 남습니다.
04 분류는 최대한 단순하게
분류 체계를 정교하게 만들면 처음에는 뿌듯하지만 곧 안 쓰게 됩니다. 실제로 요리할 때 던지는 질문에 맞춰 두는 게 낫습니다.
- 조리 시간 — 15분 이하 / 30분 / 그 이상. 평일 저녁에 가장 많이 쓰는 기준입니다.
- 주재료 — 돼지고기, 닭, 두부, 계란. 냉장고에 있는 걸로 검색하게 됩니다.
- 상황 — 밑반찬 / 한 그릇 / 손님상 / 술안주.
"한식·양식·중식" 같은 분류는 실제로 검색에 잘 안 쓰입니다. 저녁에 냉장고를 열고 "돼지고기 있는데 30분 안에 되는 거"를 찾지, "중식"을 찾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05 냉장고 기준으로 식단 짜기
식단을 먼저 짜고 장을 보면 재료가 남습니다. 반대로 있는 것에서 출발하면 버리는 게 줄어듭니다.
- 주말에 냉장고를 훑습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부터 목록으로 적습니다.
- 그 재료가 들어가는 레시피를 찾습니다. 주재료로 분류해 두었다면 여기서 효과가 납니다.
- 2~3일치만 정합니다. 일주일치를 짜면 대개 중간에 무너집니다.
- 부족한 것만 장봅니다. 목록 없이 마트에 가면 또 남습니다.
- 공통 재료는 한 번에 손질합니다. 대파를 썰어 나눠 얼려두는 식으로.
맛집 기록도 같은 맥락에서 유용합니다. 다녀온 가게에 재방문 의사와 다음에 시킬 메뉴를 남겨두면, "여기 뭐가 맛있었지"로 고민하는 시간이 사라집니다.